토요일 저녁에는 까불지 말자

교회 개척 초기이자 결혼 초기부터 저희 부부가 철칙처럼 지켜오던 것이 있습니다. ‘토요일 저녁에는 까불지 말자’ 입니다. 사실 저는 평신도 시절부터 주일 예배를 앞둔 토요일 저녁은 영적 공격이 매우 심한 때이니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예배를 준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왔습니다. 물론 영적 공격은 토요일 저녁 뿐 아니라 주일 예배 중에도 또 그 어떤 때에라도 있을 수 있지만 예배를 준비하려는 사람을 마귀가 강력하게 공격하려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원칙을 갖고 있었고 결혼을 하고 아내에게도 이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결혼 초기, 제가 한참 설교를 준비하고 있던 토요일 저녁에 쌍둥이를 임신한 제 아내는 답답하다고 하며 차를 몰고 나갔고 약속했던 것보다 멀리 다녀오다가 신호대기 상황에 서있던 앞 차를 살짝 받는 사고가 났습니다. 교회 개척 초기에 천불이라는 큰 돈을 지불하는 대가를 치루면서 저희 부부는 ‘토요일 저녁에는 까불지 말자’ 원칙을 지난 10년간 지켜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가정은 토요일 저녁에는 식사 초대를 하거나 받지도 않고 어떤 종류의 바깥 출입도 거의 자제합니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 밤에 제가 그 원칙을 깼습니다. 토요일 낮 점심식사를 하면서 아이들과 대화를 하는 중에 달리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하성이가 자기는 이제 힘도 세지고 달리기도 엄청 빨라져서 아빠도 이길 수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하진이도 옆에서 맞장구를 치며 하성이가 정말 빨라졌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귀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빠가 벌써 8살짜리 아들에게 질 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아주 살짝 꿈틀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하성이가 자기는 날씬하고 힘이 센데 아빠는 뚱뚱해서 빨리 못 뛴다고 하자 한 번 보여줘야 되겠다는 생각이 분명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로부터 6시간 쯤 후, 설교 준비를 어느 정도 마친 저는 아이들에게 해도 지고 날씨도 시원하니 아빠랑 나가서 운동하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집 앞 인도에서 빨리 뛰다가 한 번 넘어진 하성이는 긴 바지를 입고 양말과 운동화를 신고 철저하게 준비를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얼른 나가서 아빠가 아직은 빠르다는 것을 보여줘야 되겠다는 생각 말고는 없었습니다. 아내에게는 아이들이랑 잠깐 운동해주겠다고 했지만 말입니다. 달리기를 하러 밖으로 나간지 채 1분도 되지 않아 저는 이마부터 시작해서 엄지 발가락까지 거의 온 몸에서 피를 흘리며 집으로 들어왔고 지난 일주일 동안 계획에 없던 휴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잠언 16:18 을 개역개정 성경으로 보면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 라는 말씀이 있는데요. 주일 예배를 앞두고 토요일 저녁에 제가 넘어졌습니다. 몸만 넘어진 것이 아니라 마음이 넘어졌습니다. 생각하면 할 수록 하나님 앞에 부끄럽고 많은 분들께 죄송한 것은 8살짜리 아들에게 아빠가 아직은 멀쩡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유치한 생각이 ‘날이 어두운데 운동장도 아닌 길가에서 달리면 위험하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도 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원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 유치한 생각이 ‘토요일 저녁에는 까불지 말자’는 오랫동안 지켜온 원칙을 깨는 동기가 되었다는 사실이 더욱 창피한 지난 한 주였습니다. 신앙의 연수가 더해지고 나이가 들수록 생각이 깊어지고 모든 면에서 너그럽고 여유를 보이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더구나 목사라는 사람이 그렇게 유치한 생각 때문에 예배인도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가족들을 비롯하여 많은 분들께 걱정과 피해를 끼쳤다는 사실은 두고두고 기억에 담아 반면교사 삼아야 할 사건임에 분명합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갑작스럽게 걱정을 끼쳐 교우 여러분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토요일 저녁 뿐만 아니라 일상 중에 까불지 않는 목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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