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공동체를 그리워하며

이런 이야기가 너무 오래 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제가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 저희 반의 거의 모든 남자아이들과 점심을 나누어 먹었던 아름다운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6학년 때 한국은 이듬해에 다가올 올림픽 준비를 두고 준비가 한창이었던 나라였고 더욱이 서울에서 성장기의 대부분을 보낸 저에게 학급에 육성회비를 못 내거나 점심으로 반찬 없는 밥 또는 그것도 어려워 숫가락과 젓가락만 가지고 오던 친구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여전히 가슴 아린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정확히 언제부터 그러기를 시작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 점심 시간에 남자 아이들 대부분이 한 곳으로 모여 자신이 싸온 밥과 반찬을 커다란 바가지에 부어 아무렇게나 비벼 한 숫갈 씩 퍼먹었던 기억은 너무나 행복하고 아름다고 소중한 추억으로 제 안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그런 문화가 생기기 전에 반찬을 제대로 못 싸와서 또는 숫가락과 젓가락만을 가지고 와서 친구들 도시락을 얻어먹는 친구들을 보면서 어린 나이에 매우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그렇게 학교에 올 수 밖에 없었던 그 친구들의 마음을 제가 다 알 수는 없었겠죠. 하지만 커다란 바가지에 부어 신나게 점심을 나누어 먹기 시작한 후 부터는 그럴 일이 전혀 없었습니다. 누가 무슨 반찬을 얼만큼 싸왔는 지는 전혀 문제가 되질 않았습니다. 숫가락, 젓가락만 가져온 친구도 아무 문제가 되질 않았습니다. 어짜피 다 섞여버린 음식 앞에 엄마가 점심 반찬으로 쏘세지와 계란말이를 싸주셨다고 거들먹 거릴 친구도 없었고 밥에 풋배추 김치 몇 줄기 싸온 친구도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한 반의 친구들이기 때문에 신나게 나누어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즐거웠고 또 얼른 먹고 학교 뒷 마당으로 나가 묘기에 가까운 말뚝박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설레었었습니다. 이제는 아련한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되어버린 그 시절이지만 그 때 순수한 마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나누었던 바가지에 비빈 점심 한 숫가락 다시 먹어보고 싶은 마음 가득합니다.

복음서에 보면 예수님께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먹고 마시는 식탕공동체의 사역을 하셨다는 여러 기록을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세우신 신앙 공동체는 식탁공동체였습니다. 사도행전 큐티를 하며 초대교회를 봅니다. 성령에 취하여 그 어렵던 시절에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공동체 안의 가족들, 친구들과 모든 것을 나누고 기도와 찬양으로 모이기에 힘 썼던 초대교인들의 모습을 생각해봅니다. 그런 공동체에 속하여 서로를 섬기는 느낌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참 궁금합니다. 세상의 온갖 시선과 부당한 대우와 유대인들과 로마정부의 핍박 가운데에도 그들이 느꼈던 기쁨과 설레임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소망할 수 없는 가운데 그들이 가졌던 참소망에 대한 확신이 많이 궁금합니다. 이런 생각들을 하노라니6개월째 함께 식사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이 더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어서 빨리 함께 식사하는 신앙공동체로 돌아갈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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