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비둘기

한국에서 들려온 비보와 함께 문득 한국서 학교 다닐 때 읽었던 이 시가 떠올랐습니다. 그 때는 많이 이해하지 못했던 시인의 안타까움과 바램이 가슴 깊숙이 다가오는 주말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인간다움을 회복하여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그 날을 꿈꿉니다.


성북동 비둘기

- 김광섭 -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직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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