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를 본 받길

February 9, 2020

          가끔씩 아이들 학교에 갈 일이 있습니다. 지난 주에도 Donut with Dad 라는 행사가 있어서 새벽에 아이들과 함께 학교를 찾았습니다. 이런 행사의 의도는 대부분 책을 판매하며 Fund Raising 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책도 한 권씩 사주고 테이블에 앉아 도넛과 커피를 한 잔 하였습니다. 아이들이 도넛을 먹으며 열심히 주변을 둘러봅니다. 혹시라도 같은 반 친구가 있으면 아빠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입니다. 어쩌면 아빠가 함께 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일수도 있겠습니다. 저도 같이 둘러봅니다. 그러면서 평상시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것 한 가지가 떠오릅니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정말 minority 구나’. 저도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 그리고 백인들이 주를 이루는 신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소수민족으로 학교생활을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민자인 아빠와 다르게 미국에서 태어나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의 정서가 어떻게 형성되는 지를 다 알 수는 없습니다.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며 집에서는 가족과 한국말을 하는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결코 만만한 곳은 아닙니다.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안타까운 기사들을 통해 보게 되는 세상이 바로 그런 곳입니다.

 

          아시안들을 향한 인종차별적 언행들이 전세계 여기저기서 보도되었다는 사실을 접하면서 세상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한국이나 미국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중국 밖의 나라들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확산의 정도나 치사율의 정도가 아직은 미비한 정도입니다. 물론 아직 이 질병의 결과가 어떨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충분히 조심해야 할 필요도 있고 불안해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포나 두려움은 본래 비합리적이고 매우 주관적이며 감정적인 것이어서 공포에 휩싸인 사람은 평상시에 드러내지 않던 밑바닥을 드러내기 마련입니다. 개인적인 불안감 때문에 과도하게 조심을 하여 바깥 출입을 전혀 하지 않던지 사람과의 접촉을 일체 차단하던지 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과 자유이기 때문에 문제라고 까지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공포나 불안감 때문에 드러난 밑바닥이 인종 차별적 발언과 행동 또는 거짓 뉴스 유포와 같이 타인에게 수치와 모멸을 안겨주거나 공포를 조장 또는 증폭시키는 것은 분명히 문제입니다. 아주 큰 문제입니다. 그러한 인간의 밑바닥은 정말로 위험에 처할 때 어떤 모습을 보일지 충분히 상상해보게 하는 근거가 됩니다. 어쩌면 그 밑바닥이 그 사람의 진심일 것입니다. 큰 위험에 처할 때 타인의 존엄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극단적으로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생각과 선택들을 할 것입니다. 그런 인간의 밑바닥이 향하는 곳은 결국 자신과는 다른 사람들을 향한 이질감과 두려움과 증오입니다. 창세기에 기록된 죄의 민낯이 그렇게 드러나는 것입니다.


          아무리 다양성이 허용되는 미국사회라지만 소수민족으로 자라나게 될 자녀들에게 어떤 정체성을 심어주어야 할 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시에 어떤 모습으로 부모들이, 어른들이 본을 보여야 할 지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상에 발을 디디고 있지만 하나님 나라를 살아가는 하나님의 백성으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명확하고도 구체적인 자기 정체성이 우리에게서 발견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시안들을 향하여 인종차별적 언행들을 퍼붓는 그 세상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살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자녀들에게도 혼란과 불안감을 물려주게 될 것입니다. 세상은 쭉 세상이었고 지금도 세상이며 앞으로도 세상일 것입니다. 우리도 우리의 자녀들도 세상을 이기신 예수 그리스도의 본 받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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