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찾아오는 더위

텍사스의 여름 답게 무더운 날씨가 계속 되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 전기세 폭탄을 맞은 저희 가정은 또 한 번 폭탄을 맞을까 두려워 아침 6시부터 밤 9시까지 에어컨을 켜지 않고 절전하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9시 정도가 되어 2층 온도계가 90도를 가리킬 때 에어컨과 선풍기를 틀어 온도를 떨어뜨립니다. 전기요금 프로그램에 따라 저희와 비슷한 패턴으로 전기를 사용하시는 분들이 계시리라 생각이 됩니다.

새로 지은 아파트에 살 때 냉난방이 잘 되어 덥지 않게 지냈던 작년을 생각하며 올해는 더운 여름을 나는 것이 조금 힘들다고 느껴졌던 지난 주 냉방이 잘 되는 프리스코 도서관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밖의 온도는 100도, 체감온도는 109도였습니다. 밖에서 산책하는 것 조차도 위험하다고 느껴질 만한 날이었습니다. Preston 길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 Main 에서 좌회전을 하는데 건물 공사중인 노동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붕 위에서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 아래 머리에는 모자를 쓰고 얼굴에는 수건을 두르고 긴팔, 긴바지로 일을 하는 그들의 모습은 늘 보아오던 달라스 지역의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집이 더워 시원한 도서관으로 가겠다고 나왔는데 에어컨이 차갑게 나오는 차 안에서 바라본 그들의 모습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땀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의 수고로 만들어지고 세워지는 것들이 세상에는 참 많습니다. 더운 주방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분들의 수고가 있어야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계절에 상관 없이 밖에서 건물을 세우고 공사를 하는 분들이 있어야 도시가 유지 됩니다. 더운 여름이라고 군인이나, 경찰이나, 소방관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일하는 환경은 어디까지나 선택일 수 있지만 덥지 않은 곳에서 일 할 특권 같은 것을 얻은 적도 없는 제가 집이 조금 덥다고 더위를 피할 생각을 한다는 것이 부끄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기왕이면 시원한 환경이 좋긴 하지만 이 세상은 그렇게 입맛에 맞는 대로만 살 수는 없는 것이겠죠. 더위보다 더 어려운 고난과 역경도 많이 겪어 왔는데 매년 찾아 오는 더위가 여전히 힘겹게 느껴지는 것은 약해 빠진 육신을 가졌다는 증거인 것 같기도 합니다. 더위가 얼른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과 인내심을 잃지 않고 더위를 이기겠다는 마음이 공존하는 한 주입니다. 우리 교우들도 더위에 건강이나 인내심을 잃어버리는 분들이 없기를 기도해봅니다.

장병철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