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점

May 19, 2019

제 오른쪽 어깨 뒷면에는 커다란 점이 있습니다. 꼬마였을 때 소매가 없는 셔츠를 입고 다니면 어른들께서 복점이라며 한 번 만져보자고 하셨던 적이 많습니다. 평생을 함께 해 온 점이기 때문에, 더구나 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부분에 있는 점이라, 커다랗지만, 그렇다고 그 점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던지 아니면 보기가 싫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가 “당신 나중에 한국 나가게 되면 그 점을 빼는게 좋겠어” 라는 말을 하는 바람에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도 어떤 의사분이 그런 점이 종양으로 변할 수 있으니 빼라는 말을 하기는 했었지만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지1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런 면에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점을 빼는 것이 좋겠다는 아내의 말에, 어렸을 때 어른들이 왜 그 점을 복점이라고 했는지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제 점은 크긴 크지만 옷을 입으면 보이지 않는 곳에 있기 때문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지만 예를 들어 얼굴이나 목 또는 팔이나 다리에 그런 큰 점이 있는 분들은 그 점 또는 점들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외모에 예민한 요즘 같은 세상에는 더욱이 그렇겠죠. 아마도 콤플렉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점을 뺄 방도가 없었던 예전에는 그 점을 평생 가지고 살아야 했을 것입니다. 아마도 점 때문에 마음에 수치심이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그 점을 ‘복점’으로 불러주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역사적인 근거가 있는 이야기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만약에 그런 의미에서 그렇게 보기 싫게 큰 점을 우리 조상들이 복점으로 불러준 것이라면 참 따뜻한 마음이 담겨져 있는 전통이 아닐까 생각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제 어깨의 점처럼 드러나지는 않지만 감추고 싶은 마음의 상처나 아픔 그리고 수치로 여겨지는 무언가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완벽하지 않은 세상에 태어나면서 또 그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안고 살아가는 그런 ‘점’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 ‘점’들을 감추고 싶고 또 잊고 싶지만 우리 인생의 주권을 가지신 분께서 실수로 우리에게 ‘점’을 안겨주신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실수하시는 하나님이 아니십니다.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우리가 ‘점’을 가지게 된 것이라면 하나님은 그 ‘점’이 바로 ‘복점’ 이라고 우리에게 말씀해주실 것입니다. 우리는 그 점 때문에 아프다고, 창피하다고, 감추고 싶다고 느낄 수 있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게 되므로 ‘복점’ 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내가 가진 ‘점’도 ‘복점’이라 믿으며 또 다른 사람의 ‘점’도 ‘복점’으로 믿고 그렇게 불러주는 개인들, 가정들 그런 교회가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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