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떼기, 정 붙이기

지난 3년간 리스로 타던 차를 이번 달에 반납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잘 타고 다녔지만 정이 별로 안 든 차입니다. 오히려 자동차 회사에 돌려주는 것이 마음이 훨씬 깨운하고 시원한 그런 차입니다. 많은 자동차를 구입하고 팔아봤지만 이렇게 정이 안 든 차는 처음입니다. 성능에 대한 이런 저런 불평이 있기도 해서 그런 면도 있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훨씬 더 안 좋은 자동차도 수 차례 구입해서 타고 다녔지만 그 때마다 정을 붙여봤기 때문입니다. 왜 이렇게 이 차에 정이 안 들었을까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내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3년이라는 약정기간이 끝나면 돌려줄 차라고 처음부터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전에 탔던 다른 차들은 팔 때 팔더라도 내 소유라고 생각하며 더 잘 정비하려고, 성능을 개선해보려고 관심을 많이 두었습니다. 아무리 싸구려 자동차였어도 나이 들어서까지 그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 어떨까 하며 미래를 그려보기도 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3년만 타고 돌려줄 차, 임시로 빌려서 타는 차에는 정을 줄 마음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집도 렌트 하우스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집에서 저희 가족이 살기 편할 정도로 최소한으로만 관리합니다. 그 이상은 절대로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주택을 구입한 지인께서 집 관리에 큰 공을 들이는 것을 보면서 제가 집을 처음 구입했을 때 집에 공을 들였던 모습이 기억 났습니다. 참 열심이었습니다. 지금은 그 열심의 백분의 일도 없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일 뿐 내 집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타고 다니는 자동차나 살고 있는 집이 자신의 소유라고 해도 별 달리 정을 주지 않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대상이 자동차나 집이 아닐 뿐이지 정말로 내가 소중하다고 여기는 무엇엔가 정을 주며 살아갈 것입니다. 그런데 그 대상이 자동차이건 집이건 아니면 다른 무언가이건 진정한 우리의 소유는 아닙니다. 정말로 내 것이라고 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돌아가신 분의 소유였던 것들이 허무하게 이 사람, 저 사람 손으로 흘러가는 것을 보면 더욱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갖고 계셨던 것을 하나도 가져가지 못하신 것을 저는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관리자로서의 사명을 받았기 때문에 우리는 아껴서 쓰고 또 잘 써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내 것이라며 정을 줄 것은 이 세상에는 없습니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소유로 약속하신 것에 정을 더 붙여야 합니다. 바로 하나님께서 주시는 기업인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요한 사도는 요한일서 2장에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세상이나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하지 마십시오. 누가 세상을 사랑하면, 그 사람 속에는 하

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없습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 곧 육체의 욕망과 눈의 욕망과 세상 살림에

대한 자랑은 모두 하늘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도 사라

지고, 이 세상의 욕망도 사라지지만,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습니다. 


집도, 자동차도, 귀한 보석이나 오랫동안 간직한 사진 한 장도 다 이 땅에 두고 떠날 세상 살림들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들이 모여 왕이신 하나님과 더불어 살아가는 나라, 바로 그 하나님의 나라가 우리가 정을 붙여야 할 영원한 우리의 소유인 것입니다. 정을 떼어야 할 것에서는 떼고 정을 붙여야 할 것에는 붙이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