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 통해 보게되는 음악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악의 여러 장르들 가운데 한국에서 ‘가스펠’ 음악으로 불리는 장르가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흑인 교회 음악으로 알려져 있는 이 음악의 형태는 내용적으로는 흑인들의 영감이 잘 묻어나오는 가사의 찬송가들이 대부분이며 형식적으로는 인도자가 선창을 하고 성가대나 회중이 따라 부르는 형태의 음악입니다. 웬만한 음악적인 재능이 없으면 인도하거나 따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소울’의 매력이 진하게 묻어나오는 그야말로 흑인들만의 음악형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인교회에서는 시도해보기 어려운 수준 높은 음악의 형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음악을 본능적이고 감각적으로 멋지게 소화해내는 흑인들, 특히 흑인 교회의 성가대를 바라보며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라디오를 듣다가 흑인교회 음악에 뿌리를 두고 자신만의 음악으로 발전시켜 유명해진 한 노가수의 인터뷰를 듣게 되었습니다. 진행자가 그 가수의 음악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교회음악에 대하여 질문하자 가수는 자신이 어렸을 때 다녔던 교회에서 늘 했던 Hymn lining 의 형식이 자신의 음악성 계발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답했습니다. Hymn lining 은 라디오 진행자에게도 저에게도 생소한 단어였는데요. 바로 이것이 인도자가 선창을 하고 성가대나 회중이 따라 부르는 흑인교회의 찬송형식을 지칭하는 단어였습니다. 그런데 그 가수에 의하면 자신이 어렸을 때 다니던 그 교회에서 Hymn lining 했던 것은 악보를 프린트해서 나누어주거나 찬송가책을 각각의 교인이 소유할만한 경제적인 여건이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악보나 책을 보고 함께 찬양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 곡을 암기하거나 악보를 가지고 있는 리더가 한줄씩 lining (선창) 을 해주면 성가대와 회중이 자유로운 화음으로 같은 가사와 멜로디를 따라부르는 형식으로 찬양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 찬양의 문화에서 자란 이 가수는 자유로운 음악적 재능을 계발할 수 있었고 오랜 시간이 지나며 독창적인 음악의 형태를 만들어 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돈이 없어서, 악보가 없어서, 찬송가 책이 없어서, 프로젝터가 없어서 하나의 아름다운 문화가 생겨났고 또 그에 영향을 받은 훌륭한 음악가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무언가가 없다는 것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현대인들의 발상과는 전혀 다른 하나님의 섭리가 흑인교회를 통해 아름다운 결과물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무언가가 없다는 것을 결핍이나 불행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나만의 또는 우리만의 독창적인 것을 개발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할 수 있다면 그 개인이나 공동체는 오랫동안 남을 멋지고 아름다운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무언가 더 받을 것을 생각하기 보다 하나님께서 이미 주신 것들을 어떻게 사용하고 또 계발해 나갈지를 함께 고민하는 우리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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