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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철 목사

적절함

12월 마지막 주에 저녁을 만들기 위해 감자를 썰다가 왼손 검지 손가락을 조금 깊숙히 베었습니다. 순간적으로 피가 많이 나와서 물로 씻고 연고를 바른 후에 반창고를 감았습니다. 지혈 효과를 내기 위해 반창고를 세게 감았습니다. 다행이 피는 더 이상 흐르지 않았고 남은 감자를 다 썰어 넣고 된장찌개를 끓여 온 가족이 맛있게 저녁을 먹었습니다. 저녁식사후 분주하게 해야 될 일들을 하고 다친 손가락에 대해 별 생각 없이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새벽에 손가락이 조금 아프다는 생각을 했지만 칼에 벤 상처가 아프겠거니 하고 계속 잠을 잤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손가락에 연고를 조금 더 발라야 되겠다는 생각에 반창고를 떼면서 다친 부위가 아닌 그 반대편 부위가 아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반창고를 너무 세게 감아서 손톱 옆쪽 살색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습니다. 피부층이 꽤 두껍게 색이 변해 있었고 딱딱하게 굳기 까지 했습니다. 손톱 옆이라 통증이 더한 듯 했습니다. 2주가 지나서야 죽어버린 피부가 떨어져 나갔고 검지 손가락 첫 마디에 죽어서 다 벗겨졌던 피부 마저도 다 벗겨지고 새 피부가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지혈하겠다고 감았던 반창고가 손가락 한 마디의 피부를 다 죽였던 것입니다. 5분만 해도 충분한 지혈을 15시간이나 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어떤 일을 하던지 적절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죠. 과하게 하면 안 한 것만 못한 결과를 내기도 합니다. 상처를 싸매는 것은 필요한 일이었지만 과하게 지혈을 하려다 피의 공급 자체를 막아버리면 손가락 한 마디가 다 죽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 미국에 이민 와서 열심히 일하시는 한인들을 많이 봅니다. 그런데 그 열심이 지나쳐 휴식 없이 오랜 시간 일만 하다가 병을 얻거나 심지어는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이 봤습니다. 또 지나치게 오래 휴식을 취하다 새 직장을 찾는 일에 큰 어려움을 겪는 분들도 봤습니다. 운동을 지나치게 많이 하다가 몸을 다치는 분들도 보았고 분에 넘치는 구매를 하여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각박해지는 분들도 보았습니다. 적절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적절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와 그 정보를 해석할 수 있는 이해력 그리고 상황을 분별할 수 있는 판단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이 모든 것을 종합하여 실행할 수 있는 통찰력과 추진력까지도 필요합니다.


다친 손가락에 응급처치를 하는 일은 간단히 인터넷만 찾아보아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 삶의 정말 중요한 일들에 적절하기 위해서는 온 우주를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분께서 주시는 정보와 지혜와 도우심이 필요합니다. 바로 하나님의 말씀 속에서 발견하는 정보와 지혜가 필요합니다. 안 그러면 우리 자신도 제대로 살 수 없고 우리의 자녀들을 건강하게 양육할 수가 없습니다. 예배 중에 주시는 말씀을 붙들어야 하고 큐티를 하는 중에 주시는 지혜를 붙들어야 합니다. 한 해를 시작하는 이 시점에 세상의 정보 보다는 그 모든 것을 아우르고 관통하는 하나님의 지혜를 말씀 속에서 적절함의 비결을 발견하여 실천하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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