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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철 목사

함께 가는 길이 행복합니다

우리 교회의 가정들을 생각하면 자녀가 둘인 것이 너무 적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둘이라 참 좋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둘이서 엄마 아빠 귀찮게 안 하고 잘 놀 때도 그렇지만 서로 잔소리 내지는 코칭을 해줄 때 그렇습니다.


엄마나 아빠가 마켓을 다녀올 때 어떤 맛있는 먹을 것들을 사왔는지 손에 든 봉지를 먼저 들춰보지 말고 먼저 “하이 엄마”, “하이 아빠” 인사를 하도록 가르쳤습니다. 아무리 갖고 싶은 것이 있거나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그게 사람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는 것을 습관적으로라도 가르치고 싶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람에 대한 Respect 를 가지는 것이 갖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일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쌍둥이가 크면서 절대로 잊지 않기를 바라면서 몇 번을 가르쳤습니다. 큰 소리도 내고, 다음부터는 맴매 맞을 거라고 겁도 주고 사람을 Respect 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오랜 시간 설교도 하면서 가르쳤습니다. 생각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아빠 엄마 보다는 손에 든 봉지의 내용물에 관심이 더 갈 것입니다.


그런데 서재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쌍둥이들이 우당탕탕 계단을 뛰어내려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엄마가 마켓에 갔다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입니다. 그 때 뒤에 가던 녀석이 급하게 내려가던 앞에 가던 녀석에게 이렇게 코칭을 합니다. “하이 엄마 먼저 해야 돼!” 엄마가 차고 문을 열고 부엌으로 들어올 때 두 녀석이 함께 “하이 엄마”를 외치는 동시에 봉지를 뒤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흐뭇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녀석들이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 다행이다.’ 무남독녀로 큰 아내가 이 글을 보면 또 형제 없이 혼자 크느라 심심했던 신세 타령 하겠지만 쌍둥이가 서로 잔소리 하고 코칭해 줄 형제가 있어서 참 다행인 것 같습니다. 물론 둘이기 때문에 다투기도 하겠지만 사람은 원래 다투기도 하고 잔소리도 하고 때로는 도움의 손을 벌리기도 하면서 크는 것이죠.


우리 교회의 아이들이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며 서로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나누는 인사말이나 묻는 안부의 한 마디가 비록 세련되지 못하고 조금은 투박하더라도 그렇게 서로 의지가 되고 서로를 성장하게 하는 그런 공동체를 이루어가기를 소망해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이제 모일 때입니다. 함께 가는 길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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