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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철 목사

한 새 사람

아직 여름이 한창인 것 같은데 자녀들이 새 학기를 시작하는 시점이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30년을 살았고 여기서 태어난 자녀들을 키우는 학부모이지만 여전히 소수민족으로서 자녀들이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다양성이 인정 받는 나라’, ‘다양한 인종들이 어울려 사는 나라’,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는 나라’. 아마도 미국하면 떠오르는 수식어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수식어를 가진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사회계층간의, 인종 간의 갈등은 그동안 계속되어 왔습니다. 여성들이 투표권을 갖게 된 지 아직 100년이 되지 않았으며 흑인들이 인권을 갖게 된 지는 이제 겨우 50년이 지났습니다. 모든 것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인간에게 있어 가장 기본적이라고 여겨지는 문제들이 과연 개선되고 있는지는 불투명합니다. 피부색이 다를지라도 동일한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인식 조차도 먹고 살기 어려울 때는 사람들의 관심 밖인 것 같습니다. 교육이 부족하지도 않고 정보가 부족하지도 않은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증오 범죄로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어가고 있으며 갈등은 점점 더 거세지는 듯 합니다.


인간은 죄성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자기와 다른 존재들에게 이질감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때로는 이질감이 호기심으로 이어질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두려움을 느낍니다.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나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물론 사람이 만들어낸 감정은 아닙니다. 에덴동산에서 마귀가 심어준 감정입니다. 내가 나의 주인이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인간은 나와 다른 존재를 두렵게 느껴왔습니다. 하나님을 두려워하기 시작했고 이웃을 두려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죄성으로 빚어진 갈등과 아픔입니다. 누구나 이것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시대착오적이고, 무식하고, 미개한 백인우월주의자들’ 이라고 쉽게 욕하며 그들을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라고 규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인종간의 갈등은 그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두려움의 작은 단면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인간 사회는 늘 이것을 겪어 왔습니다. 세대, 지역, 성별, 빈부, 학벌, 전통, 이념으로 늘 갈등을 겪어 왔습니다.


세상은 늘 그래왔습니다. 좋은 쪽으로 발전하면 좋겠지만 사실 그렇게 희망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다릅니다. 아니 달라야 합니다. 에베소서 2장에 보면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유대인들과 이방인들 사이의 막힌 담을 허시고 둘이 그리스도 안에서 ‘한 새 사람’ 으로 지어져 화평을 이루게 하셨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유대인과 이방인들이 이제 ‘한 새 사람’이 되었다면 교회 안에 들어온 사람들은 누구나 ‘한 새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인종에 상관 없이, 성별에 상관 없이, 나이에 상관 없이, 학식에 상관 없이, 직업에 상관 없이 그냥 ‘그리스도인’, ‘성도’, ‘교인’ 으로만 명명되어야 합니다. 인간의 죄성은 현실이지만 당연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공감하고 교제하는 사람들이 혹시 나와 나이가 맞고, 교육 수준이 맞고, 사는 환경이 맞는 그런 사람 뿐이라면 그것은 진정한 교제가 아니라 그저 이기적인 동질감 확인을 통한 자기 위로 수준에 머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은 누가 내 이웃이냐고 질문하던 유대인들에게 누구의 이웃이 되어주겠느냐고 질문하십니다. 사랑하는 One Way 교회 교우 여러분, 세상의 모습을 교회 안에서 당연하다고 주장하지 않는 우리가 되길 원합니다. 죄성이 편하다고 느끼는 쪽으로 걸어가면 안됩니다. 모든 면으로 보아 불편할 수 있는 이웃을 정성을 다해 보살핀 사마리아 사람처럼 우리도 누구에게라도 이웃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자녀들이 학교 뿐 아니라 어디에서도 이웃을 사랑하는 ‘새 사람’들로 살도록 키워내야 합니다. 새로 시작되는 새 학기에 소수민족인 우리 자녀들이 혹시라도 차별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하기 보다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사람 존중하고 사랑하는 법을 더욱 익히고 실천하는 자녀들로 성장하기를 함께 기도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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