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에 내려줄 때 그리고 픽업할 때 언제나 웃는 얼굴로 아이들을 맞아주시고 또 배웅해주시는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본인들도 어쩌면 자녀들을 둔 부모님들일텐데 학생들을 맞기 위해 아침 일찍 학생들을 맞으며 반겨주십니다. 아이들을 픽업하는 시간에는 아스팔트 위 온도가 100도가 넘을텐데 차량마다 번호표를 체크하시는 선생님들과 또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며 마지막까지 학생들을 배웅하는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그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며 한국에서 초등학교 때의 일이 생각났습니다. 쌍둥이에게는 선생님들이 언제나 해주는 일을 그 시절 한국에서는 초등학생들이 했기 때문입니다.
88 올림픽을 1년 앞두고 교통질서를 세우는데 온 나라가 힘을 쓰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매주 6학년 한 반씩 돌아가며 주번을 섰습니다. 마치 중학교에 선도부가 있듯이 한 주씩 돌아가며 학교 곳곳에 배치되어 등교시간에 선생님들을 도왔습니다. 하루는 제가 도로 입구를 차단하는 임무를 맡아 깃발을 들고 도로 입구에서 주번을 설 때였습니다. 학교 정문이 동네로 들어가는 도로 입구와 맞닿아 있었기 때문에 걸어서 등교하는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위험했습니다. 그래서 등교시간에는(지금은 몇 시였는지도 기억도 나질 않습니다) 한 시간 정도 동네로 들어가려는 자동차들의 도로 진입을 차단했었습니다. 물론 담당 선생님이 계셨지만 조그마한 바리케이드와 함께 진입 금지 깃발을 들고 서 있는 건 주번을 맡은 6학년 학생 둘이었습니다. 그 날은 제 순서였던 것입니다. 늘 그렇듯 별 일 없이 주번을 서고 있었는데 포니 2 한 데가 입구로 진입하려고 바리케이드 앞까지 왔습니다. 운전을 하시던 아저씨께서 창문을 내리시고 말씀하셨습니다. “좀 들어가자” 안 될 말이었습니다. 제 등 뒤로는 수백명 아니 수 천명의 학생들이 걸어서 등교 중이었고 사실 차로 그 아이들 인파를 뚫고 들어간다는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단호하게 “안 돼요” 라고 내뱉고 저는 깃발을 더 꽉 잡았습니다. “좀 들어가자. 급한 일이야.” 아저씨는 몇 번을 말 하다 결국 “조그만 놈이 어른 말을 안들어! 너 이리로 좀 와 봐!” 라는 아저씨의 말씀에 제가 약간 겁을 먹고 그 포니 2의 운전석 쪽으로 다가갈 때 생긴 틈으로 차는 지나가버렸습니다. 제가 속았던 것입니다. 차가 지나가고 나서 보니 신고 있던 제 운동화가 벗겨져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차가 제 발을 밟고 지나간 것이었습니다. 운동화가 벗겨진 것도 모르고 깃발을 휘두르며 차를 쫓아갔지만 이미 포니 2는 등교하는 학생들 틈을 뚫고 동네 깊이 들어가버렸습니다. 당시에는 고통이 심하게 느껴지질 않아 그냥 놔두었는데 오후가 되자 도저히 신발을 신을 수 없을 정도로 발은 땡땡하게 부어버렸고 동네 약국에 가서 수지침으로 피를 잔뜩 뽑고 약을 먹고서야 진통이 가라 앉았습니다.
30년이 넘은 그 사건을 생각하며 받는 교훈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냥 삶의 현실이 그럴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냥 맡겨진 책임을 다 하려다 보니 자동차 타이어가 발 위로 지나가는 일도 있더라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그 포니2를 운전하던 아저씨처럼 초등학생을 속이고 차로 아이의 발을 밟아가며 가고 싶은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사건 이후로 30년을 더 살고 보니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닙니다. 더 나쁜 일들이 세상에는 많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세상에 하나님이 안 계시다면 우리에게는 별 소망이 없을 것입니다. 각자가 서 있는 자리에서 맡겨주신 사명과 책임을 다 하려다 보면 자동차 바퀴에 발을 밟히는 일들이 있습니다. 그런 일들을 일일이 상처와 아픔과 분노로 기억하기 시작하면 마음이 남아나질 않을 것입니다. 특히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더욱 앞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세상은 그렇게 불완전하고 흠이 많지만 다행히도, 감사하게도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인생은 하나님께서 완벽하게 책임지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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