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고 계신 가요?

어제 늦게 잠이 들어서 그런지 몸이 무거운 새벽입니다. 잠깐 정신을 차리며 주님과 인사를 나누고 쌍둥이들 학교 가기 전에 먹일 만두를 물에 끓이고 점심으로 가져갈 샌드위치를 준비합니다. 아빠가 틀어 놓은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놀라 일어난 쌍둥이들이 내려와 눈을 비비며 식탁에 앉습니다. 얼른 만두를 접시에 담아 어제 먹다 만 찬 밥과 함께 내어주고 커피 한 잔을 내려 함께 식탁에 앉습니다. 오늘은 잠언 22장을 읽는 날입니다. 아침에 유난히 잘 안 되는 영어로 잠언을 읽어 내려가며 필요한 구절들을 설명해줍니다. 도대체 잠언은 언제 끝나느냐고 자신들은 스토리가 더 좋다고 하는 쌍둥이들이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지혜로 무장되기를 바라며 더 큰 소리로 성경을 읽습니다. 아침에 수업이 있는 아내가 아이들을 태워 집을 나서면 본격적인 오전일과가 시작됩니다. 할 일이 많습니다. 아이들 픽업할 때까지 분명히8시간이 넘는 시간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가버리는지 놀랍습니다.


쌍둥이들 픽업 시간이 되었습니다. 분명히 가을이 되었는데도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낮기온을 두고 ‘한 10도만 더 떨어져 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몇 번 했던 기억이 있는데 느닷없이 20도가 넘게 떨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길고 무더웠던 여름을 지난 터라 낮 기온 60도 정도 되는 청명한 가을이 조금 더 지속 되기를 바랬던 건 지나친 욕심이었나 봅니다. 분명히 며칠 전 까지만 해도 냉면이 자주 먹고 싶었는데 급하게 찾아온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뜨끈한 된장찌개가 먹고 싶어 졌습니다. 주일에 교회에서 식사할 음식과 다음 주에 가족이 먹을 음식을 장보고 파킹랏에서 잠깐 바람을 맞았을 뿐인데 거세게 휘몰아치는 비바람이 체온을 금새 떨어뜨렸나 봅니다. 학교에서 수고한 아내와 아들들이 함께 먹을 된장찌개를 얼른 끓여야 되겠습니다.


고기를 넣고 끓일까 잠깐 고민하지만 된장찌개는 역시 멸치 다시 육수로 끓여야 제 맛인 것 같습니다. 머리와 내장을 깨끗하게 제거한 멸치 한 움큼과 잘 씻은 다시마 몇 조각을 찬 물에 넣고 약한 불로 데워 육수를 준비합니다. 껍질을 벗긴 싱싱한 감자 두 덩이와 큼지막한 양파 하나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준비해 두었다가 잘 우려낸 육수에 넣습니다. 맛 좋은 된장을 두 큰 술 풀어 간을 적절하게 맞춥니다. 껍질을 제거하고 깔끔하게 다듬은 마늘을 칼로 잘 다져 냄비에 넣습니다. 야채 재료들이 팔팔 끓고 있을 때 두부를 한 모 꺼내어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넣습니다. 잘 씻은 후 송송 썰어 냉동실에 얼려 놓았 대파를 한 움큼 집어 마지막으로 냄비에 넣은 후 잠깐 더 끓입니다. 재료의 맛이 충분히 우러나오도록 불을 끄고 잠깐 기다립니다. 뚜껑을 열어 한 숟가락 떠 먹어보니 목구멍 깊숙이 까지 뜨끈하게 넘어가는 국물 맛이 일품입니다. 하얀 쌀밥에 된장찌개 그리고 잘 익은 김치와 구운 김을 맛있다며 먹어주는 쌍둥이들이 있어서 참 좋습니다. 8시가 다 되어서 식탁에 앉은 아내 역시 같은 메뉴로 한 숟가락 드는데 만족스러운 표정입니다. 그래 ‘사람이 산다는 것이 일하고 밥 먹고 정리하고 잠을 청하고… 그렇게 하루 하루를 보내며 하나님과 동행하는 가운데 받은 은혜를 감사하고 만나는 사람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사는 거지’ 라는 생각과 함께 전도서 말씀이 떠오릅니다.


사람에게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 자기가 하는 수고에서 스스로 보람을 느끼는 것,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알고 보니, 이것도 하나님이 주시는 것, 그분께서 주시지 않고서야, 누가 먹을 수 있으며, 누가 즐길 수 있겠는가? (전도서 2:24-25)


이제 다시 책상에 앉아 예배와 설교를 준비합니다.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며 주님이 주시는 영감을 잘 정리해봐야 되겠습니다. 저의 금요일은 이렇게 지나갔습니다. 꽤나 쌀쌀한 금요일 밤, 여러분도 잘 지내고 계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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