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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철 목사

인사하는 공동체

Updated: Jan 22, 2022

몇 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지리산 등산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함께 간 친구도 좋았고 산세도 너무 좋아서 즐겁고 유쾌하게 산을 올랐습니다. 그렇게 산을 오르며 전에 한국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한 가지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됐는데요. 바로 산을 내려가는 분들과 오르는 분들이 나누는 가벼운 인사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좋은 하루 되세요”, “날씨가 좋습니다”, “힘 내세요” 또는 미소를 띤 가벼운 목례가 그것이었습니다. 전에 한국에서 살 때는 경험해 보지 못한 문화였습니다. 물론 산을 떠나면 여전히 경험하기 어려운 문화입니다. 그런데 산을 오르다 보니 사람들의 얼굴에 여유가 있었고 그 여유로운 마음으로 인사를 나눌 수가 있었습니다.


처음 미국으로 이민 와서 느꼈던 한국 문화와의 가장 큰 차이점 가운데 하나가 인사였습니다. 동네 산책을 나가서 만난 사람들, 학교 복도에서 지나치는 학생들, 물건을 사러 마켓에 들어가서 만나는 사람들이 가볍게 인사를 건네 오는 것을 보면서 한국과는 참 다르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제는 그 문화에 저도 익숙해져서 가끔씩 한국을 방문하여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가벼운 인사를 하면 저를 이상하게 쳐다보기도 합니다. 지하철 역을 오르내리며 어깨를 부딪히는 사람들에게 “죄송합니다” 인사를 해도 제 어깨를 치고 벌써 저만치 걸어간 사람의 뒷모습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산에서는 사람들이 달라졌습니다. 일상 속에서 그렇게 여유 없어 보이고 각박해 보였던 사람들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거의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여유롭고 온화한 표정들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홀가분함 때문인지, 산행이 주는 즐거움 때문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서로 격려하며 인사를 주고받는 여유와 배려심이 산행을 더욱 유쾌하게 해주는 요소는 분명했습니다.


‘일상도 산행을 하듯 그렇게 작은 여유와 서로를 향한 배려심을 가질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은 누구나 하겠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그만큼 여유를 갖기 어려울 정도로 벅찬 현실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벅찬 현실 가운데에도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인사를 나누듯 서로 조금만 더 배려한다면 짊어진 현실의 무게는 바뀌지 않을 지라도 그 짐을 질 힘은 더 생길 것 같습니다. 특별히 교회라는 공동체에 속한 교인들이라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2022년도에도 여전히 팬데믹 속에서 힘들고 벅찬 하루하루의 삶을 살아갈 우리들이지만 하나님께서 주시는 기쁨과 자유가 서로를 향한 관심과 배려로 승화된다면 산을 오르는 것 같은 일상의 힘겨움도 반가움으로 바뀌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그냥 지나치지 말고 인사와 안부를 묻는, 더 나아가 삶과 삶이 만나 삶의 희로애락을 충분히 나누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사하는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2022년도에도 힘 내십시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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