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받을 때마다 우리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던 성적표의 비밀을 아십니까? 성적표 ‘수·우·미·양·가’에는 숨겨진 뜻이 있다고 합니다. ‘수’는 ‘빼어날 수’ 자로 ‘우수하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우’는 우등생 할 때의 ‘우’ 자로 ‘넉넉하다’는 말로 이런 의미에서 수와 우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미’는 ‘아름다울 미’이며 ‘좋다’는 뜻이고, ‘양’은 ‘양호하다’의 ‘양’으로 ‘좋다, 어질다, 뛰어나다’의 뜻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가’는 어떤 의미일까? 놀랍게도 ‘가’는 ‘가능하다’고 할 때의 ‘가’로 ‘옳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저 학생들을 점수로 등급을 매기려는 잔인한 평가가 아니라 칭찬하고 격려하며 응원하기 위해 고안된 은혜의 성적표인 것입니다. 학생들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격려하려는 선생님들의 마음이 잘 나타나는 은혜의 성적표입니다. 어쩌면 하나님께서도 우리의 인생을 위와 같은 방법으로 평가하시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낙제 점수를 받아 회복불능이었던 우리에게 여전히 ‘가능하다’라는 점수를 주셔서 결국 빼어난 자들이라 인정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야말로 끝까지 우리를 격려하시는 하나님의 성적 작성법인 것 같습니다.
출애굽기 33장에 보면 하나님에 관한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를 잘 알고, 또 너에게 은총을 베풀어서, 네가 요청한 이 모든 것을 다 들어 주마.” 그 때에 모세가 “저에게 주님의 영광을 보여 주십시오” 하고 간청하였다. 주님께서 대답하셨다. “내가 나의 모든 영광을 네 앞으로 지나가게 하고, 나의 거룩한 이름을 선포할 것이다. 나는 주다. 은혜를 베풀고 싶은 사람에게 은혜를 베풀고, 불쌍히 여기고 싶은 사람을 불쌍히 여긴다.”
어지럽고 어려운 시절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과 이웃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은혜인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를 이웃과 나누는 관심과 넉넉한 마음이 필요한 때입니다. 계속되는 사순절기를 지나며 우리가 하나님 앞에 ‘최종 합격!’의 성적표를 받도록 십자가를 향한 걸음을 묵묵히 내딛으신 주님의 발걸음을 우리 가슴에 새겨야 하겠습니다. 그 발걸음이 우리의 삶을 통해서도 이어져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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