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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철 목사

은혜라고 밖에는

너무나 평화로운 순간이었습니다. 차가 별로 없는 시골 하이웨이를 운전하고 있었습니다. 길 양 옆에는 나무들이 가지런히 심어져 있고 그 나무들 너머로 푸른 들판과 가끔씩 보이는 말이나 소 그리고 시골집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옆자리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제게 얘기하고 있었고 쌍둥이들은 뒷 자리에서 한손에는 마실 것을 다른 손에는 과자를 들고 창밖을 내다보며 바뀌는 풍경에 따라 자기들만의 언어로 소리를 지르고 웃고 하는 중이었습니다. 텍사스의 8월이기 때문에 밖의 날씨는 100도를 웃돌았지만 차 안은 차가운 에어컨 바람으로 인해 적당히 시원했고 음악은 틀지 않았지만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모든 상황 때문에 제 입에서는 흥겹게 찬양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이고 평안하다고 느꼈던 그 순간 저의 눈에 들어온 한 남자분의 얼굴이 모든 것을 바꿔버렸습니다. 저희 차가 지나가고 있었던 그 아름다운 시골 길을 보수하기 위해 일하고 있었던 그 남자분에게 그 순간은 너무나 괴로운 순간이었습니다. 100도를 웃도는 온도와 습도까지 높은 그 날씨가, 차들이 지나다니며 만들어내는 열기 그리고 여기저기 날리는 나뭇잎들과 먼지가 그 남자분에게는 너무나 괴로운 상황이었습니다. 한 낮의 뜨거운 열기 속 도로위에서 노동을 할 수 밖에 없는 그 분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습니다. 너무 미안했습니다.


존재적으로 저는 그 남자분보다 잘 난 것이 없습니다. 죄를 덜 짓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 순간 제가 그분보다 더 행복해야 될 이유가 무얼까 하는 생각에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없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무언가 때문이거나 또는 제가 어떤 사람인가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100도의 무더위 속에 그 남자분이 괴로워하며 일하고 있는 순간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함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잘 생각해보면 불공평 하기 그지 없어 보이는 일입니다. 다 자기 선택에 의해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 아니냐고 단순하게 이야기하기엔 이해 안 되고 불편한 부분이 많습니다. 다 이해 되지는 않지만 은혜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처해있는 상황 자체가 은혜였습니다. 저는 여전히 하나님을 매일매일 수없이 배신하고 여전히 남을 위해 겸손히 살기보다 이기적이고 교만하게 살고 있습니다. 목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거룩한 척까지 하는 자격 없는 저에게 저를 필요로 하지도 않으시며 주실 의무도 없으신 하나님께서 집요할 정도로 저를 사랑하셔서 일방적으로 주신 은혜였습니다. 감사하고 창피했습니다. 그럼 100도의 무더위에 일하는 그 남자분에게는 왜 그런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지 않냐고 묻게 되지만 저에게는 답이 없었습니다. 상황과 상관없는 하나님을 향한 믿음과 신뢰가 저와 그분 모두에게 임하길 그리고 환경까지 바뀌는 은혜가 그분에게 임하길 조용히 기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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