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9주년을 감사하며
얼마 전 헤어컷을 하기 위해 쌍둥이들을 데리고 헤어샾엘 갔습니다. 제가 다니는 헤어샾에는제가 달라스에 이사온 이후로 17년이 넘게 제 머리를 손질해주신 스타일리스트 분이 계십니다.저보다 몇 살 많으신 누님이신데 쌍둥이 돌잔치에도 오셨고 그 집 아들 키와 몸무게를 제가 알정도로 헤어컷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눠왔습니다. 이제는 쌍둥이 머리 뿐 아니라 제 아내와 장인어른과 장모님 머리까지 손질해 주시게 되었습니다. 쌍둥이들 먼저 하고 제 순서가 되어 자리에 앉았는데 그 광경이 그 날 따라 묘한 기분으로 다가왔습니다. 17년 전 갓 서른이었던 저와 제 머리를 손질해 주시던 30대 초반의 그 스타일리스트 분의 거울에 비친 모습에 대한 기억이 아직 어렴풋이 남아 있는데 이제 함께 나이 들어 그 때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 된 거울 속 그 광경이 그날 따라 낯설게 보였습니다. 가을이라서 그런 걸까요?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흰머리가 가득한 제 모습이나, 흰머리가 너무 많아 흰색으로 염색을 하신 스타일리스트 분의모습이 2005년도와는 정말 달랐습니다. 물론 아직은 주님이 허락하신다면 살아갈 날이 많은 나이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이웃이 있어서 어쩌면 시간의 흐름이 더 적나라하게 다가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감정인가 봅니다. 웃프게 다가왔던 거울 속 광경으로 인한 낯선 감정이 채 가시기도 전 바로 다음 날 함께 점심 식사를 한 30년지기 형님의 얼굴은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형님도 제 얼굴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비록 충격을 받을지 언정 그런 오래된 사이들은 참 좋습니다. 편합니다.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는 신뢰가 있습니다. 관계 유지를 위해 없는 말로 칭찬을 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얻어낼 무언가도 사실 없습니다. 그냥 그 관계 자체가 기쁨이요 은혜요 감사입니다.
오늘 우리 교회는 9살 생일을 맞이합니다. 아직은 젊디 젊은 교회이지만 이제 슬슬 키도 크고 마음과 생각이 철들어가야 할 나이가 된 것 같습니다. 8살 때 보다는 조금 더 건강한 교회로, 조금 더 교회다운 교회로 세워질 거라 믿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던 길을 꾸준히 계속 더 가야 될 것 같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눈빛으로도 알 수 있는 오랜 관계가 되어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을 정도의 신뢰와 사랑이 쌓여 계속 걸어간다면 주님은 분명 우리를 통해 아름다운 복음의 발자취를 많이 남겨 주실 것입니다.
지난 9년간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사의 제목들입니다. 또 아름다운 공동체로 우리를 세우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수고하고 애쓰신 교우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제가 일일이 감사하지 않아도 여러분 스스로 뿌듯하게 여기시기에 충분한 진정성 가득한 수고로 하나님을 예배해왔다는 사실을 하나님도 아시고 모든 사람들이 압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굴곡이 없진 않지만 여러분 덕분에 저도 목사로 커가고 있음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앞으로도 생명의 길 되신 예수님 한 분만을 의지하며 이 길을 오래도록 함께 걸어가면 너무 좋겠습니다. 누군가의 입에서 찬사가 나올 대단한 교회를 세우지는 못해도 누군가의 마음이 우리와 함께라서 힘을 얻고 위로 받는 그런 복음적인 교회를 오랜 시간 함께 세워가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런 우리를 보시며 주님께서 기뻐하시리라 믿습니다. ONE WAY 교회 생일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