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장병철 목사

새들의 혈투

주차장을 빠져 나오려다 급히 차를 멈추어야 했습니다. 주차장 바닥에 싸우고 있는 새 두 마리 때문이었습니다. 달라스 인근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까마귀 조카뻘로 보이는 검은 새 두 마리였습니다. 나무 밑도 아니고 잔디 밭도 아니고 차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주차장 한 가운데서 빗물로 인해 바닥이 흥건하게 젖었는데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피 튀게 싸우고 있었습니다. 한 마리가 날아오르려 하면 다른 놈이 물고 늘어지고 하는 것을 서로 반복하며 바닥에 뒹굴고 있었습니다. 제 차가 아슬아슬하게 그 옆에 섰는데도 불구하고 지나가는 자동차 따위는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싸우는데 온통 집중되어 있는 새 두 마리를 보며 한심스런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이 교차했습니다.


언제라도 자동차들이 밟고 지나갈 수도 있는 그런 상황 속에서 정말로 목숨을 위협하는 위험은 전혀 개의치 않는듯 서로 죽이겠다고 목숨을 건 혈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한심스러워 보였습니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저 새들 안에 어떤 본능적인 분노와 미움이 있어서 저렇게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것일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새가 되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새들의 입장을 다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새들은 그저 안전한 곳에 몸을 피하며 나무에서 발견하는 벌레나 실컷 잡아먹고 새끼들이나 잘 보살필 수 있으면 새로서 잘 사는 것일텐데 도대체 무슨 중요한 일이 있다고 저렇게 빗물이 흥건한 주차장 바닥을 뒹굴고 있었을까요? 저놈들 저렇게 싸우다 함께 차에 밟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셨던 원래의 세상은 싸움이 없는 세상이었습니다. 죄로 인해 많은 것이 타락하고 변질 되었으며 미움과 분노와 갈등이 가득한 세상이 된 것입니다. 더 없이 안타까운 일입니다. 시편 133편을 보면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얼마나 아름답고 즐거운가! 형제자매가 어울려서 함께 사는 모습! 머리 위에 부은 보배로운 기름이 수염 곧 아론의 수염을 타고 흘러서 그 옷깃까지 흘러내림 같고, 헤르몬의 이슬이 시온 산에 내림과 같구나. 주님께서 그곳에서 복을 약속하셨으니, 그 복은 곧 영생이다. (새번역)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며 창조 때의 모습으로 회복되기를 소망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안의 모든 미움과 분노와 시기의 이유들을 십자가에서 해결 받은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가정과 교회와 사회가 우리 때문에 분쟁 없는 곳으로 변화되기를 소망합니다.

4 views0 comments

Recent Posts

See All

기도합시다

1. 내가 속으로 다짐하였다. “나의 길을 내가 지켜서, 내 혀로는 죄를 짓지 말아야지. 악한 자가 내 앞에 있는 동안에는, 나의 입에 재갈을 물려야지.” 2. 그래서 나는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좋은 말도 하지 않았더니,...

한 새 사람

아직 여름이 한창인 것 같은데 자녀들이 새 학기를 시작하는 시점이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30년을 살았고 여기서 태어난 자녀들을 키우는 학부모이지만 여전히 소수민족으로서 자녀들이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다양성이...

바가지에 비빈 점심 한 숫가락

이런 이야기가 너무 오래 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제가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 저희 반의 거의 모든 남자아이들과 점심을 나누어 먹었던 아름다운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6학년 때 한국은 이듬해에 다가올 올림픽 준비를 두고 준비가...

Comments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