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추웠던 지난 겨울의 움츠러들었던 마음을 녹여주듯이 한낮의 햇빛이 참 따사롭습니다. 마지막까지 기승을 부린 윈터 스톰의 눈과 우박은 흔적도 없이, 어느덧 햇살 따사롭게 봄의 정취가 한껏 느껴지는 3월이 되었습니다. 3월의 따사로운 햇빛을 환영하듯이 여기저기 얼굴을 내민 들꽃들이 참 예쁩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어여쁘게 핀 그 꽃들을 보며 어릴 적 흥얼거렸던 ‘봄이 오면’ 이라는 노래가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1.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건너마을 젊은 처자 꽃 따러 오거든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가주
2. 봄이 오면 하늘 위에 종달새 우네 종달새 우는 곳에 내 마음도 울어
나물 캐는 아가씨야 저 소리 듣거든 새만 말고 이 소리도 함께 들어주
3. 나는야 봄이 되면 그대 그리워 종달새 되어서 말 붙인다오
나는야 봄이 되면 그대 그리워 진달래 꽃이 되어 웃어본다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흥얼거렸던 이 노래가 조국 사랑을 노래한 시들(국경의 밤, 산넘어 남촌에는)로 유명한 시인 김동환님의 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운율을 만들어 내는 가사 하나하나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조국의 독립을 기다렸던 시인의 간절한 마음이 봄이라는 소망의 언어로 표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언어들이 바로 며칠 전에 있었던 3.1절을 무심하게 지나친 한국계 미국인에게 무언가를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또 알게 된 것은 이렇게 아름다운 언어로 조국의 봄을 기다리던 김동환 시인이 훗날 친일파가 되어 친일 행위를 하였고 또 그 사실을 자수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조국의 봄을 기다렸던 시인의 간절함과 그 아름다운 감성이 너무나 안타깝게 묻혀버리는 대목이었습니다.
이렇게 봄을 기다렸던 사람들이 육신의 연약함 때문에 배신을 하는가 하면 인생의 진정한 봄을 기다렸던 사람들은 생명의 주인이신 예수님을 배신하였습니다. 인생의 봄을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그 잔인한 봄 길을 치열하게 걸어가셨던 하나님의 아들을 사람들은 배신할 뿐만 아니라 대적하여 욕하고 침 뱉고 때립니다. 목숨을 내어주면서까지 우리에게 봄을 주고 싶으셨던 그 분을 말입니다. 이 봄은 우리 힘으로 이뤄낼 수는 없는 것이지만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자들에게는 은혜로 주어지는 봄입니다. 지금도 봄기운을 느낄 수 있고 또 누릴 수도 있지만 죄인들을 구원하신 그분과 얼굴을 마주할 그 날 우리는 진정한 봄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그 때까지는 우리 곁에 봄으로 오신 분을 묵상합니다. 이 사순절 기간에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진달래와 종달새를 보며 소망을 다시 품습니다. 봄이 우리 곁에 있음을 알리는 Sign 이기 때문입니다.
그 잔인한 봄 길을 치열하게 걸어가신 예수님을 묵상하는 사순절의 한 가운데에 섰습니다. 봄을 기다리는 여러분들께 하나님께서 진달래와 종달새를 많이 보여주시기를 또 어서 봄이 오기를 소망해보는 3월의 첫 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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