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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철 목사

벼락 맞는 은혜

지난 주와 지지난 주 새벽에 프리스코 지역에 떨어진 벼락 소리를 못 들은 분은 아마 안 계실 것입니다.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자다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치 집 앞에 벼락이 내리 꽂힌 듯한 충격을 주는 어마어마한 소리였는데요. 자연스럽게 몇 년 전 당시 살고 있던 아파트 건물이 벼락에 맞았던 기억이 되살아 났습니다. 아래는 그 때 나누었던 은혜입니다.


평생에 또 이런 일이 있을까 싶어 이 상황을 통해 제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던 많은 것들 가운데 세가지만 나누고 싶습니다.


첫째로는 비상벨이 울려 황급히 건물을 빠져나올 때 가지고 나올 만한 귀중한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아이들이 외할머니댁에 가 있던 상황이라 아내의 안전이 확인되고 건물 안의 이웃들이 차례로 빠져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혹시라도 불길이 번져 모든 것이 다 타 없어진다고 해도 그렇게 아쉬울 만 한 것이 제 삶 안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촉각을 다투는 위급한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를 두고 생각해서 챙겨나온 것이 평소에 교회에 들고 다니는 아이패드가 들어있는 가방 하나와 티셔츠에 운동 바지 그리고 슬리퍼였습니다. 세상에 아쉬울 것 없이 주님 오시면 언제라도 떠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 그리스도인들의 삶인 것 같습니다.


둘째로는 이 시간을 통해 다시 확인하게 된 하나님의 보호입니다. 하나님이 보호하시면 애초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 했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상 중에는 느끼기 어려운 특별한 하나님의 보호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지역 뉴스를 듣고 연락하여 부리나케 음식을 들고 찾아와 귀하게 섬겨준 지체들이 있는가 하면 피곤하고 지치는 삶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낮과 밤으로 저희가 묵는 호텔까지 손수 준비한 음식과 옷가지와 생필품을 챙겨 찾아와 섬겨주신 지체들도 있었습니다. 또한 건너편에 새로 지은 아파트가 같은 회사 소유여서 복잡하지 않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얻게 된 것도 참 감사했습니다. 무엇보다 옆에 있었으면 놀라고 힘들고 또 엄마 아빠를 더욱 지치게 했을 아이들이 그 시간 할머니 할아버지와 재밌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었다는 사실에 너무나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일을 계기로 함께 이 일을 겪어내고 있는 아내와 나누게 된 생각과 대화들이 참 귀했습니다. 사람이 특별한 일들을 겪으면 여러 루트를 통해 특별한 인사이트를 받게 되죠.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하고, 정말로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또 섬김과 나눔에 대하여 목소리가 울리는 텅 빈 아파트에서 아내와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번 일과 관련하여 여전히 해결해야 할 일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조금 더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신 하나님께 감사할 수밖에 없는 인생은 ‘참 복된 인생’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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