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멋진 10년을 기대하며

결혼 생활을 훨씬 더 오래 하신 선배 부부들이 교회에 계신데 10주년이라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송구스럽지만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짧게 나누고 싶습니다.


교회 개척과 함께 시작된 저희의 결혼 생활은 돌아보면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상처의 아픔이 있는 목회자와 선교사 부모님의 자녀로 미국에 가족도 친척도 한 명 없이 독립을 하려 애쓰는 24살의 어린 자매가 이민 교회 개척이라는 중차대한 사명을 끌어 안고 신혼 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신혼 살림을 차린 아파트에서 개척교회의 주일예배를 드렸고 한 달 사례비는 500불이었습니다. 물론 그 사례비도 저희가 한 헌금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더구나 결혼하자 마자 임신한 쌍둥이는 양쪽 집안에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케이스였습니다. 결혼하기 전부터 항암 투병 중이신 할머니를 찾아 뵙기 위해 쌍둥이는 3살이 되기도 전에 왕복 3000마일 자동차 여행을 3번이나 하기도 했습니다. 결혼한지 2년만에 아내는 시어머니의 장례를 치루며 조문객들의 눈물을 자아내는 조사를 낭독하기도 하였습니다. 결혼생활 10년 동안 6번의 이사를 다니며 대학생 때 맥시멀리스트였던 아내는 미니멀리스트가 되었습니다. 갑자기 수입이 줄어 옮겨간ONE Bedroom 아파트에서 살던 시절 네 가족이 가장 단출한 삶을 살고 있을 때 아파트에 벼락이 내려 그 단출한 살림의 대부분을 잃어버리기도 했습니다. 결혼생활 10년동안 새 가구라고는 신혼 때 큰맘 먹고 구입한 식탁 하나가 아직까지 저희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교회를 이사하며 어쩔 수 없이 저희 집으로 옮기게 된 소파와 책상과 TV가 지금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평범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렇게 한숨 나오는 이야기만 가득했던 결혼생활은 아니었습니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인 하성이 하진이를 하나님께서 허락하셨습니다. 교회는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건강하게 성장하여 아름다운 분들과 공동체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사례비도 많이 올랐습니다. ㅎㅎㅎ 코로나 때문에 결혼하기 전부터 입에 달고 다니던 10주년 기념 유럽 여행 못 가게 됐다고 아직도 찔찔 짜기는 하지만 평생 무남독녀로 자라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을 너무나 힘들어 하던 철부지 아내는 어엿한 아내로, 엄마로, 사모로 이제는 성숙한 생각을 제법 자주하는 아줌마가 되었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뭣 모르고 이민 교회를 개척한다고 천방지축 까불던 젊은 목사는 가고 이제 40대 후반을 바라보며 젊은 집사님들 말에도 자주 움찔댈 줄 아는 배 나온 아저씨 목사가 있습니다. 창피한 것도 많고 돌아가서 바꾸고 싶은 것도 많은 시간들이 그렇게 훌쩍 지나가는 동안 하나님 참 열심히 우리를 위해 일하셨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10년을 사는 동안에도 저희 부부는 분명히 가정에서 교회에서 여전히 유치한 짓, 부끄러운 짓, 무식한 짓 많이 하겠지만 하나님 조금만 더 분발하셔서 지금보다 훨씬 더 성숙한 부부, 멋있는 가정 되게 해 주시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울러 그동안 저희를 인내해 주신 모든 교우들께서 10년 더 인내해 주시길 더불어 부탁드립니다. 10주년 기념 유럽 여행 대신 쌀국수 한 그릇과 스타벅스 커피 한 잔으로 때워서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 가득히 담아 저희 부부의 역사를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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