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녔던 신학교는 달라스 다운타운에 자리 잡고 있어서 학교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홈리스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분들은 신학생들에게 긍휼한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아서인지 학교 주변에서 신학생들을 만나면 아주 가볍게 돈을 달라고 요구를 하였습니다. 제 기억에 저도 몇 번 지갑에 있던 1불 짜리를 주었던 적이 있고 다른 학생들이 돈을 주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한 번은 점심시간 전 채플 시간에 학교에 주둔하는 경찰관이 단에 올라와 홈리스들에게 돈을 주지 말라고 공고를 하기도 했습니다. 돈을 주면 술을 사거나 마약을 하기 때문이고, 한 번 주기 시작하면 소문을 내어서 친구들을 데려오기도 하고 또 이 모든 일들이 범죄의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런 공고 때문인지 아주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학교 주변의 홈리스들이 덜 보이게 되었습니다. 홈리스들에게 1불 짜리를 꺼내어 줄 때나 경찰관이 광고를 할 때나 저는 사실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학교는 저에게 수업을 듣고 숙제를 제출하여 학점을 받는 곳으로만 다녀도 늘 벅찼기 때문에 학교 주변의 홈리스들이 저에게 큰 이슈로 다가올 심적 여유가 제게 없었습니다.
문득 신학교를 다닐 당시 동기가 들려주었던 이야기 하나가 떠오릅니다. 홈리스들에게 더 이상 돈을 주지 말라는 공고를 들은 후 그 동기는 점심 시간에 홈리스 한 명을 만나게 됐다고 합니다. 역시나 돈을 달라고 구걸을 하는 그 홈리스에게 그 동기와 친구는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돈을 줄 수는 없으니 점심 식사를 함께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더니 순순히 그러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동기와 친구는 돈을 주어서 보낼 수 없게 된 것이 하나님께서 주신 좋은 도전과 기회라고 여겨 함께 점심 식사를 하면서 복음을 전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학교 주변의 한 식당에 들어가 점심 식사를 나누며 동기와 친구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들이 복음을 전하려고 입을 떼자 그 홈리스는 신학생들이었던 동기와 친구 못지 않은 성경지식을 가지고 그들과 대화를 하더랍니다. 알고 보니 삶에 어려운 일들이 계속해서 생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구걸을 하는 신세가 되었지만 계속해서 말씀을 읽고 교회에도 출석을 하며 하나님의 선하신 인도를 구하고 있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그 날 아침에 큐티하며 깨달은 은혜를 동기와 친구에게 나눠줬다고 합니다. 히브리서 13:1-3 에 보면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서로 사랑하기를 계속하십시오. 나그네를 대접하기를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 어떤 이들은 나그네를 대접하다가,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천사들을 대접하였습니다.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되, 여러분도 함께 갇혀 있는 심정으로 생각하십시오. 여러분도 몸이 있는 사람이니, 학대받는 사람들을 생각해 주십시오.
상황에 상관 없이 한 사람, 한 영혼을 귀하게 바라보고 겸손한 마음으로 대접하는 것은 하나님의 마음을 잘 아는 사람이 마땅히 살아야 할 삶의 모습일 것입니다. 우리가 마주치고 만나게 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든,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했든, 또 현재 어떤 모습이든 그 사람은 하나님이 존귀하게 지으신 한 사람입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천사들을 대접하여 하나님의 계시를 들을 수 있었던 아브라함의 이야기를 기억하며 그가 받았던 복을 우리 모두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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