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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깟 전화기 때문에

얼마 전부터 전화기 시그널 수신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집에 있을 때는 Wifi를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도심을 조금이라도 벗어난 지역으로 나가면 시그널이 약해져 사용에 불편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스크린 관련 에러 메시지가 계속 뜨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약속을 잡고 가장 가까운 갤러리아몰의 애플 스토어에서 서비스를 받아보기로 하였습니다. Coit 길로 계속 내려가면 35분 정도가 걸리고 DNT 로 내려가면 16분이면 간다는 구글맵의 예상을 보고 시간을 아끼자는 마음으로 DNT 를 타고 가기 위해121 HWY 를 탔습니다. 121 HWY 에서 DNT 로 갈아타기 위해 연결하는 브릿지로 들어섰는데 차들이 멈춰 서있었습니다. 사고가 났던 것입니다. 16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을 TOLL 비까지 지불하고 50분이 걸려야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몰에 도착해서 기억을 더듬어 애플 스토어에서 가장 가깝다고 생각되는 주차장에 주차를 하려는데 빈 스팟이 없는 바람에 계획 보다 한참 먼 곳에 주차를 하고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넉넉하게 도착할 줄 알았던 애플 스토어 입구에 약속시간보다 10분도 더 지나서 도착한 저는 약속 시간이 늦었다고 하면 우겨서라도 해결을 보고 말겠다는 - 전화기 따위 때문에 귀한 시간을 절대로 더 낭비할 수 없다는 - 간절하고도 뻔뻔한 마음으로 직원을 찾았습니다.


다행이 친절하게 저를 맞아준 직원은 저에게 구입한지 1년도 안 되는 랩탑 컴퓨터보다 비싼 전화기의 문제에 대하여 불평 가득 섞인 저의 설명을 듣고 제 전화기를 받아간 직원은 얼마 후 돌아와 그곳에서는 문제의 원인을 파악할 수가 없어서 전화기를 어딘가로 보내야 한다는 가슴 아픈 소식을 저에게 전했습니다. 전화기 때문에 시간을 더 소비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제 전화기를 수리 보내는 동안 빌려주는 전화기로 데이터를 백업하려고 했는데 데이터 양에 비해 전화기 스피드가 너무 느렸습니다. 30분 정도를 기다리다가 더 이상 백업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을 수 없었던 저는 집으로 돌아가서 백업을 하기로 생각하고 스토어를 나섰습니다. 주차장에 도착해보니 고급 승용차 한 대가 제 차의 운전자 쪽 문으로는 제가 차에 탈 수 없을 정도로 가까이 주차되어 있었습니다. 문을 열고 억지로 타보려고 했지만 작지 않은 제 머리나 몸의 중심부가 문틈을 통과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반대편 문으로 차에 타서 운전자 쪽으로 건너와 간신히 차를 뺄 수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저녁에 있을 코어세미나를 준비하면서 잠시 낮에 있었던 일을 생각해보았습니다. 꽉 막힌 하이웨이에서 새치기를 하던 운전자들을 보며, DNT 에서 사고 난 차량의 운전자들을 보며, 갤러리아몰에 빼곡히 주차된 차들을 보며, 애플 스토어에서 직원과 대화를 나누며, 다시 주차장에서 얄밉게 주차된 차를 보며 생각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했을 뿐 제가 3시간여 동안 지나치고 만난 사람들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목양을 한다는 목사가 지나치고 바라보고 만났던 모든 사람들을 시간적 손익을 끼친 대상으로만 생각했지 귀한 영혼들로 바라보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많이 창피했습니다. 더욱이, 그깟 전화기 때문에, 노력해서 얻은 것도 아닌 선물로 받은 시간 때문에 가장 중요한 점을 놓쳤다는 사실이 창피했습니다. 그렇게 그냥 지나친 사람들, 손익을 끼친 대상으로만 여긴 그 사람들을 위해 주님이 목숨을 내어 주셨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목사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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