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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종료

지난 화요일 오전 업무를 마치고 낮에 집 앞 잔디를 깎았습니다. 잔디를 다 태워버릴 것 같은 한 여름의 뜨거웠던 날씨 때문에 앞 마당이 약간은 황폐해 보였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9월이 되고 잔디가 자라기에 최고의 조건이라고 할 만한 날씨가 계속 되자 무성하게 자라버린 것입니다. 뿌리 쪽부터 잎새까지 수분을 가득 머금고 빼곡하게 자란 앞 마당 잔디를 정성껏 정리하였습니다. 아마 지금껏 그렇게 정성을 들여 잔디를 깎았던 적이 없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했습니다. 낮 기온이 100도에 육박하는 바람에 머리와 얼굴에서 땀이 흘러 턱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지만 모자와 썬글라스를 쓰고 긴 팔에 긴 바지를 입고 3시간이 넘도록 잔디를 깎았습니다. 잔디와 시멘트 사이의 홈을 균일하게 파주었고 인도 쪽으로 기어 나온 줄기가 하나도 없도록 수 차례 왕복해서트리밍을 해주었습니다. 역시나 공을 들인 만큼 결과물은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렇게 공을 들여 마당을 관리한 것은 살고 있는 집의 리스 계약이 곧 종료되고 떠날 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무지막지하게 오른 렌트비로 인해 불가피하게 한 결정이긴 하지만 이사를 결정한 이상 최고의 상태로 집을 비워주려고 합니다. 물론 트집을 잡혀 수리 비용을 지불하는 일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 보다는 목회자 가정이 렌트했던 집이 관리가 엉망이었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큽니다. 그동안도 함부로 집을 사용하거나 관리하지 않았지만 떠난 자리 때문에 믿음 약한 성도인 집주인 분께 실망을 안겨주는 목회자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Wear 나 Tear 말고는 원래의 컨디션으로 집을 비워야 한다는 계약서의 조항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초월하는 흔적을 남기고 싶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이 땅에서 무언가를 구입해서 소유했다 한들 주님 부르시면 다 남겨놓고 갈 것들입니다. 그것이 땅이 되었건 주택과 같은 건물이 되었건 말입니다. 특히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떠난 후에 분명한 흔적으로 남을 일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빌려 사용했던 육체가 그렇고 우리의 삶으로 남길 성품의 흔적들이 그럴 것이고 지구라는 별을 관리한 흔적이 우리 후손들에게 남을 것입니다. 특별히 우리는 그리스도의 제자라는 명찰을 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떠난 자리가 남길 기억과 역사를 충분히 생각하며 살아야 합니다. 매사에 일상을 치열하게 살아내야 하며 모든 일과, 모든 관계 그리고 인생 전체의 마지막에 대하여 언제나 숙고하며 살아야 합니다. 집을 렌트하는 것에는 계약 기간이 분명히 주어지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습니다. 주님 언제 우리를 부르실 지 모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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